지하철이나 전동차가 달릴 때 나는 쇳소리, 진동, 소음은 우리의 일상 속 배경음이다. 하지만 그 소리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차륜이 불균형해지면,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동차 차륜 연마 기술자다. 김도현(가명) 씨, 41세. 그는 13년째 도시 전동차의 바퀴를 연마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안한 이동을 지켜왔다. “바퀴가 고르지 않으면 소음도 커지고, 열차의 수명도 줄어들어요. 그래서 늘 날카롭게 귀 기울여야 하죠.” 오늘은 김씨의 하루를 따라가, 철로 위 소음을 다듬는 숨은 손길을 들여다본다.
열차가 멈춘 밤, 작업이 시작되다
김씨의 작업은 대개 심야에 진행된다. 낮 동안 운행하는 전동차가 모두 차고지로 들어오면, 그는 연마 장비를 준비하고 차륜 상태를 확인한다. 바퀴의 표면에 생긴 작은 균열, 편마모 흔적, 불규칙한 요철은 곧 소음과 진동의 원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소리도 우리는 구분해요. 소리만 들어도 상태를 알 수 있죠.” 김씨는 전동차를 리프트에 올리고, 바퀴를 천천히 회전시키며 손끝으로 떨림을 감지한 뒤 연마 작업을 시작한다.
불꽃 속에서 다듬어지는 차륜
연마 작업은 강철을 갈아내는 과정이기에 불꽃과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씨는 두꺼운 보호 안경과 귀마개를 착용하고, 고속 연마 장비로 바퀴 표면을 조금씩 깎아낸다. 아주 미세한 각도 차이만으로도 주행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바퀴 하나 연마하는 데만 20~30분이 걸려요. 하지만 이게 제대로 되면 열차가 훨씬 부드럽게 달리죠.” 그는 연마 후에는 측정 장비로 표면 상태를 다시 확인해, 기준치에 맞는지 꼼꼼히 점검한다.
소리를 통해 읽는 전동차의 상태
김씨는 차륜 연마를 하며 소리에 민감해졌다. 철로 위를 달리는 전동차가 낼 수 있는 소리는 수십 가지지만, 그중 어떤 소리는 정상이고 어떤 소리는 위험의 신호인지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상적인 바퀴 소리는 맑아요. 그런데 편마모가 생기면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죠. 그걸 듣는 순간 바로 교체나 연마가 필요하단 걸 알아요.” 그는 오늘도 귀를 기울이며 도시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김씨가 지키는 도시의 편안함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전동차를 탈 때 바퀴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이야말로 승차감과 안전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김씨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밤새 연마 작업을 마치고 차륜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다듬은 바퀴 위로 수천 명이 하루를 움직인다는 걸 생각하면, 그 책임감이 더 커져요.” 그는 오늘도 소리 없는 안전을 위해 묵묵히 불꽃 속에서 바퀴를 다듬고 있다.
반복되는 긴장 속에서 배우는 집중력
김씨는 차륜 연마 작업이 단순 반복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바퀴의 균형을 깨뜨리고, 그 결과 열차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마는 1mm 차이로도 결과가 달라져요. 그래서 늘 같은 자세로, 같은 감각으로 집중하려고 하죠.” 그는 몸에 밴 루틴을 따라 장비를 조작하면서도, 매번 처음처럼 상태를 확인한다. 그 반복 속에서 김씨는 자신만의 감각과 기술을 갈고닦았다.
불꽃 속에서 피어나는 동료애
차륜 연마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연마를 맡으면, 다른 한 사람은 바퀴 상태를 기록하고, 또 다른 사람은 다음 작업을 준비한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으면 작업 속도가 느려지고 사고 위험도 커진다. 김씨는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서로 손짓만 봐도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알아요. 긴 시간 같이 불꽃을 보며 일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많은 걸 공유하죠.” 그들은 서로의 노고를 알아주며, 교대 시간이 끝나면 작은 농담으로 하루의 긴장을 풀어낸다.
사람들이 모르는 ‘바퀴 소음’의 비밀
김씨는 일반 시민들이 전동차 소음을 불편해할 때, 그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읽는다. “사람들은 그냥 시끄럽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로 상태를 진단해요.” 그는 열차의 주행 소음만 들어도 편마모인지, 차륜이 평평해진 건지, 혹은 레일 자체의 문제인지 구분할 수 있다. 그 능력은 수년간의 경험이 만든 귀다. “우리가 들은 소음은 바로 다음 정비 계획이 되죠. 그래서 소리를 듣는 것도 우리 일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김씨가 꿈꾸는 안전한 도시의 선로
김씨는 언젠가 차륜 연마 작업이 더 안전하고 체계화되길 바란다. 최근 자동화 연마 장비가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손과 귀에 달려 있다. “기계가 다듬어도 마지막엔 사람이 확인해야 안심이 돼요.” 그는 은퇴 후에도 후배들에게 이 기술을 전하며, 도시의 안전한 주행을 위한 지식을 남기고 싶어 한다. “우리가 다듬는 건 단순한 바퀴가 아니라, 도시의 흐름과 사람들의 하루예요. 그걸 잊지 말아야 하죠.”
철로 위에서 찾은 조용한 보람
김씨는 가끔 연마 작업을 마친 뒤, 새벽 첫차가 철로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본다. 바퀴가 매끄럽게 돌아가며 소음 없이 선로 위를 미끄러질 때, 그는 마음 한켠이 뿌듯해진다. “내 손길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에요.” 그 순간, 밤새 흘린 땀과 불꽃 속에서 버틴 시간이 보상받는 듯하다.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안다.
도시의 흐름을 지키는 숨은 손길
김씨는 자신을 ‘도시의 흐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바퀴 하나하나가 도시의 이동과 직결되고, 그 작은 균형이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편 없이 열차를 타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그 당연함을 만드는 게 우리예요.” 그는 오늘도 불꽃 튀는 작업대 앞에서 묵묵히 도시의 안전을 다듬는다. 그 손길 덕분에, 도시의 선로 위 시간은 매일 변함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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