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많은 건물과 도로 아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길이 흐르고 있다. 상수도와 하수도 외에도 지하수는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다. 지하수 관정 관리원은 이 물길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깨끗한 수자원과 안전한 지반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정해민(가명) 씨, 47세. 그는 16년째 도시 지하수 관정을 돌며 보이지 않는 물길을 관리해 왔다. “사람들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죠. 하지만 그 물길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잘 모를 거예요.” 오늘은 정씨의 하루를 따라가, 도시 지하수 관리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아침, 관정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
정씨의 하루는 관정 위치와 상태를 기록한 도면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도심 곳곳에 흩어진 수십 개의 관정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이동 동선과 점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정은 주로 공원이나 도로 옆, 건물 뒤편에 숨어 있어 일반인들은 존재조차 모른다. “그냥 땅 위에 작은 뚜껑만 있어요. 그 밑이 도시의 또 다른 물길이죠.” 그는 작업복과 안전 장비를 갖추고, 각 관정의 수위와 수질, 펌프 작동 여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마주하는 물길
뚜껑을 열고 계측기를 넣으면 지하 깊은 곳의 물 상태가 드러난다. 물의 온도와 수질, 유량은 계절과 강수량에 따라 달라진다. 정씨는 계측 데이터를 기록하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지하수는 눈에 안 보이지만, 도시 지반과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줘요. 조금만 이상해도 지반이 약해지거나 오염될 수 있죠.” 때로는 펌프를 꺼내 수리를 하고, 오염 징후가 있으면 정화 작업을 실시한다. 그 순간, 정씨는 자신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혈관을 다루고 있음을 실감한다.
비밀스러운 일터, 그러나 중요한 역할
정씨의 작업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지하수는 비상 시 상수도의 대체 자원이에요. 지진이나 단수 사태가 나면 우리가 관리하는 관정이 생명줄이 되죠.” 그는 이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도시를 지탱하는 숨은 구조물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도심의 화려한 건물 아래에도, 끊임없이 흐르는 물길과 그 물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음을.
정씨가 지키는 도시의 안녕
정씨는 매일 수십 개의 관정을 점검하며 도시의 안녕을 지킨다.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건 도시가 건강하다는 뜻이에요.”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모르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이 문제없이 흐를 때, 도시도 평온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씨는 오늘도 묵묵히 땅 밑을 들여다보며, 도시의 물길이 변함없이 이어지도록 발걸음을 옮긴다.
폭우와 가뭄 속에서 마주하는 위기
정씨의 업무는 날씨와 직결된다. 폭우가 쏟아지면 지하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역류하거나 관정 주변이 침수될 수 있고, 가뭄이 길어지면 수위가 바닥나 펌프가 공회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현장에 출동해 밸브를 조절하고 오염된 물을 빼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지하에서 물소리가 벽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언제라도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동료들과의 보이지 않는 협력
지하수 관리 업무는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러 부서와의 협력이 필수다. 정씨는 수질 분석팀, 토목팀, 전력팀과 매일 데이터를 공유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한다. “관정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관련 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해요. 서로 신뢰가 없으면 도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죠.” 그는 오랜 세월 함께한 동료들을 ‘지하의 전우들’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모르는 물길의 가치
정씨는 가끔 시민들이 관정 점검 현장을 궁금해하며 물어보면 기분이 묘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냥 땅 속에 물이 흐른다는 걸 잘 몰라요. 하지만 그 물이 도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 놀랄 거예요.” 그는 지하수 관리가 단순한 점검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 일임을 강조한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그 피해는 수십 년이 지나도 남아요. 그래서 한 번 한 번의 점검이 중요하죠.”
정씨가 꿈꾸는 미래의 도시 물길
정씨는 언젠가 지하수 관리가 더욱 체계적이고 첨단화되기를 바란다. 실시간 센서와 AI 분석으로 관정 상태를 자동 감시하고, 드론이나 로봇으로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구역까지 점검할 수 있는 미래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계가 도와줄 순 있어도, 물길의 숨소리는 사람이 들어야 해요. 그걸 느끼는 게 우리의 일이죠.” 오늘도 그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흐르는 물길을 따라 도시의 안녕을 지켜내고 있다.
도시 속 숨은 영웅들의 일상
정씨는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지하수 관리원들이 도시 곳곳을 묵묵히 지키고 있음을 잘 안다. 각자 맡은 구역이 다르지만, 같은 사명감을 품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가 없으면 도시가 서서히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로 충분하죠.” 그는 이 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노고가 도시의 안전을 유지하는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에게 바라는 작은 관심
정씨는 사람들이 지하수의 존재와 중요성을 조금만 더 알았으면 한다. “지하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 생태계와 안전에 큰 영향을 줘요. 관심이 없으면 관리도 어렵죠.” 그는 시민들이 단순히 물을 절약하는 것뿐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오염원을 줄이는 데 동참해 주길 바란다. 작은 관심 하나가 지하수 관리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흐르는 물길을 따라
해가 저물고 하루의 점검을 마친 정씨는 마지막으로 관정 뚜껑을 닫으며 주변을 살핀다. 그 위로는 아무 일 없던 듯 도시의 불빛이 번쩍이고, 사람들은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사람들이 아무 일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일의 성과예요.” 내일도 그는 땅 밑 물길을 따라 걸으며, 도시가 숨 쉬는 소리를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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