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원의 분수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시민들에게는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물줄기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분수 관리원은 물의 흐름과 조명, 펌프 장치를 점검하며 계절마다 공원의 얼굴을 바꾼다. 장민호(가명) 씨, 45세. 그는 14년째 도시 공원 분수를 관리하며 사계절을 물과 함께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분수가 그냥 켜지고 꺼진다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는 매일의 점검과 수리가 있어요.” 오늘은 장씨의 하루를 따라가, 물과 빛으로 계절을 만드는 그의 손길을 들여다본다.
아침, 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
장씨의 하루는 공원 분수의 물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의 수질과 수위, 펌프 작동 상태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여름에는 조류가 번식해 물이 녹색으로 변하기 쉽고, 겨울에는 동파를 막기 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는 매일 염소 투입량을 조절하고, 수질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다. “물이 깨끗해야 아이들이 맘 놓고 놀죠. 그래서 물 상태는 하루도 소홀히 볼 수 없어요.”
펌프와 조명 점검의 섬세함
분수의 핵심은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와 그 흐름을 디자인하는 노즐, 그리고 밤이 되면 빛을 더하는 조명이다. 장씨는 펌프의 압력을 체크하고, 노즐의 막힘을 청소하며, 조명 배선을 점검한다. 작은 이물질 하나로도 분수의 물줄기가 삐뚤어지거나 조명이 깜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놀 때 분수가 제대로 안 나오면 실망하잖아요. 그 순간을 막는 게 제 일이죠.”
계절과 함께 변하는 공원의 풍경
분수는 계절마다 역할이 다르다. 봄과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로 아이들의 웃음을 만들고,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겨울에는 조명을 활용한 빛 축제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장씨는 계절마다 분수의 리듬을 바꾸며 새로운 공원의 풍경을 만든다. “같은 분수라도 계절 따라 표정이 달라요. 그걸 지켜보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에요.”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
사람들은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 물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즐긴다. 하지만 분수가 켜지기 전, 그 물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장씨는 그 점이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는 오늘도 물길을 다듬으며, 도시의 계절을 만들고 있다.
비 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는 관리
비가 오는 날에도 장씨의 일은 멈추지 않는다. 분수는 꺼져 있어도 빗물과 함께 유입되는 흙과 낙엽이 펌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걸으며 배수구를 열어 물길을 정리하고, 노즐을 다시 닦는다. “사람들이 비 오는 날은 분수를 안 보지만, 그때가 오히려 가장 점검이 필요한 순간이에요.” 빗소리와 함께 흐르는 분수 주변을 돌며 그는 도시의 물길을 조용히 살핀다.
동료들과의 협업과 작은 즐거움
장씨는 혼자가 아니라 여러 동료와 함께 분수를 관리한다. 아침마다 서로의 구역을 확인하고, 펌프 수리나 조명 교체는 두세 명이 팀을 이루어 진행한다. “힘든 일도 많지만, 동료들이 있어 버틸 수 있어요. 점심때 같이 앉아 도시락 먹으며 잠깐 쉬는 그 시간이 제일 소중해요.” 그는 사람들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함께 애쓰는 동료들을 가족처럼 여긴다.
시민들의 무심한 한마디 속 보람
가끔 분수 앞을 지나던 시민이 “오늘 물이 정말 깨끗하네요”라고 말할 때, 장씨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부분은 분수를 그냥 지나치지만, 그 짧은 한마디가 며칠간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사람들이 즐겁게 웃는 걸 보면, 이게 다 보람 있는 일이구나 싶어요.” 그는 아이들이 분수대 앞에서 물장난을 치며 웃는 모습을 보며 또 하루의 힘을 얻는다.
장씨가 꿈꾸는 공원의 미래
장씨는 앞으로 공원 분수가 더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재활용 수처리 시스템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계절마다 시민들이 더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꿈꾼다. “물은 도시의 생명력이에요. 사람들이 계절마다 그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오늘도 도시의 물길을 가꾸며, 공원이 사람들의 쉼터로 남기를 소망한다.
계절마다 다른 고생과 보람
여름철에는 물이 빠르게 증발해 수위를 자주 확인해야 하고, 가을에는 낙엽이 노즐을 막아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해야 한다. 겨울에는 한파로 펌프가 얼어붙지 않도록 보온 작업을 해야 한다. 계절마다 다른 고생이 있지만, 그만큼 공원의 풍경도 계절마다 다르게 빛난다. “겨울 밤 조명이 켜진 분수 옆에서 연인들이 사진 찍을 때면, 힘들었던 게 다 보람으로 바뀌어요.”
아이들의 웃음이 주는 위로
장씨는 아이들이 분수대 앞에서 물놀이하며 웃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물줄기 사이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에게 최고의 보상이다. “힘들게 청소하고 수리한 분수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신나게 노는 걸 보면, 내가 도시의 행복을 만들고 있구나 싶어요.” 그 소리는 분수의 물소리와 섞여, 공원의 하루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장씨의 하루가 남기는 것
분수대의 물줄기가 멈추고, 공원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장씨는 하루의 기록을 정리한다. 그는 펌프 점검표와 수질 검사 결과를 꼼꼼히 작성하며, 내일도 변함없이 분수가 흐르길 기대한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 물길이 계속 흐르는 한, 도시는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오늘도 그는 도시의 계절을 물과 빛으로 묵묵히 조용히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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