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보면 누구나 알록달록한 빌딩과 깨끗하게 칠해진 아파트 외벽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 외벽을 아름답게 꾸미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정호(가명) 씨, 43세. 그는 12년째 아파트와 빌딩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내 일터는 땅 위가 아니라 하늘이에요. 페인트칠은 단순히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건물의 수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아침 7시, 고공 위로 올라가는 준비의 시간
최씨는 이른 아침부터 안전모와 안전벨트, 페인트통과 브러시를 챙긴다. 빌딩 외벽 페인트칠은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한순간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그는 작업 전 안전장비 점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고층 건물 작업을 위한 곤돌라나 로프 장치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도 꼼꼼히 살핀다. "제가 작업하는 곳은 바닥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하늘이에요. 작은 실수도 절대 허용되지 않죠." 최씨는 작업 전 항상 긴장하며 준비를 철저히 한다.
빌딩 외벽 위에서 마주하는 극한의 노동
오전 9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최씨는 로프를 타고 천천히 건물 외벽을 따라 내려간다. 곤돌라나 로프에서 매달린 상태에서 몇 시간씩 페인트칠을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다. 특히 여름철엔 강한 햇볕과 반사열 때문에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겨울엔 바람이 매섭게 불어 장갑을 낀 손이 얼 정도다. 또한 그는 항상 페인트가 얼룩지지 않고 고르게 발리도록, 일정한 압력으로 브러시를 움직여야 한다. "페인트칠은 보이는 것보다 섬세한 일이에요. 작은 얼룩 하나도 허용되지 않거든요." 최씨는 외벽 위에서 누구보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
최씨가 작업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건물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때다. 그는 도시의 변화를 매일 조금씩 목격하며 일한다. "건물 위에 올라가서 도시를 보면 사람들의 일상과 도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요. 처음엔 겁도 났지만, 지금은 이 높이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게 좋아요." 그는 외벽 페인트칠을 하며, 자신이 칠한 색이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직접 알아채진 못해도, 깨끗하게 칠해진 건물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최씨가 꿈꾸는 도시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도시
최씨는 단지 페인트를 칠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이 일에서 찾는다. 외벽 페인트는 건물의 미관뿐 아니라 방수, 방풍과 같은 기능성도 가지고 있다. 그가 항상 꼼꼼하고 철저하게 작업하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제가 칠한 페인트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수가 발생하거나 외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 일을 철저히 해야죠." 그래서 그는 자신이 칠한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오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최씨가 꿈꾸는 도시는 자신이 칠한 페인트처럼, 안전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다.
고된 작업 중에도 빛나는 동료들과의 연대
최씨는 외벽 페인트칠 작업을 결코 혼자 하지 않는다. 현장은 늘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며,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책임진다. 특히 고층에서 작업할 땐 동료 간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로프를 타고 작업할 때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곧바로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 안전을 확보한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함께 겪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쌓인다. 작업이 끝난 후 땅 위에 내려와 동료들과 마시는 차 한 잔은 최씨에게 가장 소중한 휴식이다. 그는 말한다. "동료들이 있어서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일하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제일 중요해요."
도시의 높이에서 겪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오해
외벽 페인트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가끔 사람들의 무관심과 오해 섞인 시선이다. 때로는 고층 작업으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거나 페인트 냄새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최씨는 처음엔 이런 순간이 참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고생하며 작업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이 마음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이런 오해를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들이 내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내가 깨끗하게 칠한 벽을 보며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바라보는 미래
최씨는 이제 페인트 노동자로 일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는 이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자신의 일을 통해 젊은 노동자들이 이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 이해하고, 기술과 안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이제 막 페인트 노동을 배우기 시작한 젊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격려한다. 최씨는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일 없이는 도시의 모습도 사람들의 삶도 유지될 수 없어요.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도시의 외벽 위에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책임을 묵묵히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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