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혀야 하는 이유
터널은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길이다. 운전자들이 터널 안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터널 내부의 조명 덕분이다. 그러나 이 조명이 항상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광수(가명) 씨, 52세. 그는 지난 18년 동안 터널 내부의 조명을 점검하고 유지하는 일을 해왔다. 매일 어둡고 습한 터널 내부에서 조명을 관리하는 그의 하루는 보이지 않는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말한다. “내가 터널의 빛을 지켜야 사람들의 안전도 지켜집니다.”
깊은 새벽, 도시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다
이씨의 하루는 밤 11시부터 시작된다. 교통량이 줄어드는 야간 시간대에 작업을 해야 터널 내 차량 흐름에 방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작업복과 헬멧, 안전 장비를 갖추고 동료들과 함께 터널로 들어선다. 터널 내부의 습한 공기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그는 매일 같은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에 일하다 보니 항상 어둡고 축축한 환경에서 일해야 합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긴장이 돼요.” 그는 먼저 터널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불이 나가거나 약해진 조명을 점검한다.
빛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노동
터널 내부의 조명은 그저 전구를 교체하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습기와 배기가스, 먼지가 쌓이면 조명이 흐려져 터널 내 밝기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세척과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이씨는 리프트 차량을 타고 터널 천장으로 올라가 직접 조명 커버를 열고, 특수 세제를 이용해 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특히 교체해야 하는 조명이 높은 천장에 있을 땐 장비를 타고 올라가 작업을 해야 해서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작업이 끝나면 조명 밝기를 일일이 체크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항상 꼼꼼하게 확인해요.”
어둠 속에서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
이씨가 작업을 마치고 터널을 빠져나올 무렵이면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그는 밤새 작업한 피곤함 속에서도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유지한 조명 아래로 차량들이 안전하게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진다. 가끔 운전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켜거나 손을 흔들어줄 때면 그는 하루의 고단함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내 일이 바로 그런 일이고, 이 일이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면 더욱 자부심을 느낍니다.”
안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의 중요성
이씨는 이 일을 하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느낀다. 터널 내부 조명이 어두워지면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져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늘 안전장비 착용과 장비 점검을 철저히 하며, 동료들과 함께 사고 예방을 위한 수칙을 엄격히 지킨다. “터널 작업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늘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내 안전이 지켜져야 터널의 안전도 지켜집니다.” 그는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고독함과 마주하다
이씨는 오랫동안 터널 안에서 일하며, 어둡고 습한 환경이 신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독감도 가져온다고 말한다. 긴 터널 안에서 혼자 점검 작업을 할 때면 침묵과 어둠이 그의 유일한 동료가 된다. 특히 긴 터널 안에서는 외부의 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아 고립감이 더욱 커지곤 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외로움과 어둠이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오히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며 자신만의 작은 내면 세계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터널 안에서의 고요함이 가끔은 무섭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고요함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더 깊이 생각하게 돼요."
작업 중 마주하는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터널 조명 관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종종 오해나 편견을 받을 때가 있다. 이씨가 터널 밖으로 나와 작업복과 헬멧 차림으로 휴식을 취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무심히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마음속으로 속상함을 느끼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오해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우리 일이 눈에 띄지 않고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에요.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오해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됐죠."
터널의 빛처럼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이씨는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누구보다 큰 자부심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매일 밤 터널 안에서 어둠과 맞서며 조명을 관리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이 직업이 젊은 세대에게 이어져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기를 희망한다. 이씨는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일이기에, 이 일의 가치를 알아주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어요. 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터널 속에서 사람들을 위한 빛을 지키겠습니다."
오늘도 빛을 따라 걷는 그의 발걸음
새벽 4시가 가까워질 무렵, 이씨는 마지막 조명을 점검하고 장비를 정리한다. 어둠 속에서 시작된 하루가 다시 새벽의 여명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는 무거운 도구함을 옮기며 말없이 터널을 빠져나온다. 도시가 잠든 밤, 아무도 보지 못한 곳에서의 조용한 전투가 끝난 것이다. 이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늘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지킨 이 불빛 덕분에 누군가는 안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했겠지.” 그는 누군가에게 작은 안도감을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오늘도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터널 속의 조명보다 더 단단하고 오래 빛나는 것은 이씨의 책임감과 묵묵한 헌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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