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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외 직업군 인터뷰 기록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정비 노동자 김씨의 하루: 차 사이, 생명을 지키는 선을 그리는 사람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량 사이, 운전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앙분리대다. 차선을 나누고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된 이 구조물은, 단순한 콘크리트나 철제 장벽이 아니다. 그 위에는 매일같이 손을 대고, 수리하고, 점검하며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김재국(가명) 씨, 48세. 그는 14년째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정비를 맡아온 현장 노동자다. “우리가 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지만, 없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도로 위, 가장 위험한 장소에서 일하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차 사이 생명을 지키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정비 노동자

새벽 5시, 차보다 먼저 도로 위에 서다

김씨의 하루는 해 뜨기 전부터 시작된다. 정비 차량과 장비 트럭이 고속도로 출입구에 정차하면, 그는 오늘 점검해야 할 구간과 작업 위치를 동료들과 공유한다. 고속도로는 시속이 빠르고 차량 통행이 많기 때문에, 정비 작업은 주로 이른 새벽에 이뤄진다. 김씨는 말한다. “도로 위에서 일하기 때문에 항상 시간과 싸움이에요.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하니까 실수 하나도 용납 안 되죠.” 그는 먼저 중앙분리대 주변의 파손된 콘크리트를 확인하고, 충돌 흔적이 있는 지점은 철거 후 보수 작업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경고판과 깃발을 세워 운전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시속 100km의 곁에서, 무게 1톤을 다루는 일

작업이 시작되면 김씨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콘크리트 블록이나 철제 가드레일을 옮기고 교체한다. 보통 한 블록은 수백 킬로그램에 달해, 크레인과 리프트를 이용해 정교하게 자리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기계만 믿을 수는 없다. 사람이 직접 발로 고정하고, 망치로 각을 조정하고, 때로는 손으로 미세 조정을 한다. 차량 한 대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며 바람을 일으킬 때마다, 김씨는 몸을 움찔하며 중심을 다시 잡는다. “사고 한 번 나면 끝이에요. 옆에서 차가 지나갈 때는 진짜 숨을 멈추고 서 있어요.” 그는 매 순간이 생명과 맞닿아 있음을 안다.

정비가 끝나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도로

작업이 끝나고 차량이 다시 고속으로 지나가면, 김씨는 언제나 그 자리를 멀리서 한 번 더 바라본다. 깔끔하게 정돈된 중앙분리대, 튼튼하게 조여진 볼트, 새로 페인트를 입힌 라인. 그 자리를 누구도 기억하진 않지만, 김씨는 안다. “누군가가 저 사이로 돌진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게 제 일이에요.” 그는 운전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고속도로 위에서 일하며 받은 수많은 위협과 긴장 속에서도, 그는 단 한 번도 이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 "다들 그냥 지나치지만, 그 무심한 통과를 위해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해요."

도로 위의 묵묵한 선, 김씨가 지켜낸 하루

김씨는 오늘도 새벽 어둠을 뚫고 도로 위로 나간다. 위험은 여전하고, 일은 반복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다시 현장을 밟는다. 그는 말한다. “고속도로는 곧 도시의 혈관이잖아요. 그 혈관이 막히지 않게, 새지 않게, 내가 매일 조금씩 살펴보는 거예요.” 그는 이제 곧 50대를 맞이하며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물려줄 준비도 하고 있다. “나는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만든 선 위로 수천 대의 차가 무사히 지나가는 걸 보면, 그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죠.” 김씨는 오늘도 차량 소음 속에서 조용히 도시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모르는 도로 위의 작은 위험들

김씨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위험들이다. 중앙분리대의 작은 금이나 볼트 하나가 느슨해지는 것만으로도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운전자는 그냥 지나치지만, 우리는 그 작은 틈을 찾아내고 막아야 해요. 그게 바로 우리의 역할이죠.” 비 오는 날은 시야가 흐려져 차량이 더 빠르게 지나가고, 겨울철에는 도로가 얼어 미끄럼 사고가 잦아져 작업 난도가 더 높아진다. 그는 말한다. “도로 위의 작은 균열 하나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거예요.”

 

반복되는 긴장 속에서 배우는 책임감

김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차와 마주치며 작업한다. 중앙분리대 바로 옆으로 차량이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지만, 그는 이미 익숙하게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하지만 긴장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책임감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한 번 방심하면 나뿐 아니라 옆에서 일하는 동료까지 다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는 작업 전 항상 팀원들과 신호체계와 안전 규칙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믿는다. 김씨는 말한다. “여긴 도로지만, 우리에겐 전쟁터예요.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게 전부죠.”

 

김씨가 그리는 도로의 미래

김씨는 이 일을 하며 언젠가 사람들이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조금 더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단순히 시설을 수리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이라고 말한다. “분리대가 없으면 사고 났을 때 반대편으로 차량이 튀어나갈 수 있어요. 그걸 막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그는 앞으로 중앙분리대 정비 기술이 더 발전해, 작업자의 위험을 줄이고, 시민들의 안전을 더욱 보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가 한 흔적은 보이지 않아도, 그 흔적 위로 수많은 차가 안전하게 달리는 걸 보면 난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