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변화는 빠르다. 높은 빌딩, 현대적인 건물들 속에서도 여전히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전통 한옥이다. 한옥의 지붕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바람과 기후의 영향을 받아 기와가 깨지고 손상된다. 이때 필요한 이들이 바로 전통기와 보수공 장인들이다. 김성철(가명) 씨, 58세,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통기와를 보수하는 일에 종사한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다. 그는 한옥의 지붕 위에서 망치와 진흙을 들고 수많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견고함을 지켜낸다. 그는 말한다. "기와를 보수하는 것은 단순히 망가진 것을 수리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기억과 시간까지 잇는 일입니다."
아침 6시, 작업을 위한 준비 시간
김씨의 하루는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그는 작업복과 장비를 챙기고 오래된 낡은 트럭에 실린 기와와 흙을 점검한다. 전통 기와 보수는 단순히 기와를 교체하는 작업이 아니다. 한옥 지붕에서 기와가 손상된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고, 전통 방식으로 구워낸 토기와를 사용해 틈과 균열을 보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나 접착제를 사용하는 현대적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천연 흙과 모래, 석회를 섞어 만든 황토반죽을 사용해 기와와 기와 사이를 정교하게 연결해야 한다. 작업 도구는 망치와 작은 흙손, 실과 줄자 정도이지만, 그의 손놀림은 정확하고 섬세하다.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섬세한 장인의 기술
오전 8시, 김씨는 지붕 위에 올라간다. 수십 년의 경험이 있지만, 그는 항상 긴장한다. 지붕 위의 경사는 가파르고 미끄러워 한 순간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전로프를 허리에 두르고 기와 위를 천천히 이동하며 파손된 부위를 확인한다. 손상된 기와를 들어내고 깨끗이 정리한 뒤, 새 기와를 정확한 각도로 맞춰 넣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도와 밀착이다. 미세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잘못 놓인 기와 하나가 빗물을 새게 하거나, 지붕 전체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다. "기와 보수는 한옥의 수명을 늘리는 일이에요. 제가 보수한 기와가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넘게 지붕 위에 남아 있을 걸 생각하면 매 순간 책임감을 느껴요."라고 그는 말한다.
기와 하나에 담긴 도시의 이야기
오후가 되면 김씨는 잠시 작업을 멈추고 한옥의 처마 밑에서 쉬면서 지붕 아래 펼쳐진 한옥마을을 바라본다. 그는 이 순간마다 자신이 보수한 수많은 한옥들을 보며, 도시의 시간이 자신의 손에서 이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어떤 집은 처음 지어진 지 80년이 넘었고, 어떤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세워졌다. 그는 한옥의 지붕 위에서 도시의 지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연결하고 있다. 그에게 기와 하나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추억과 이야기를 담는 역사책이다. “가끔은 오래된 기와를 들어낼 때 그 속에 옛날 동전이나 메모지, 오래된 사진이 나오기도 해요. 그럴 때면 내가 한옥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잇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옥의 미래를 꿈꾸는 보수공
김씨는 이제 60대를 앞두고 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한옥 보수 작업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한옥 보존과 전통을 잇는 데 힘쓰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전통기와 보수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한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건축물이에요. 그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사람이 꼭 필요하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전통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모습을 보면, 내 일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든든해져요." 그는 오늘도 도시의 한옥 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고 있다.
전통 방식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얻는 보람
김씨는 가끔 전통 기와 보수가 너무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최근에는 현대 건축 방식이 많이 사용되어 젊은이들조차 쉽게 배우려 하지 않고, 일의 특성상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해 수입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또한 한옥 보수는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특히 비 오는 날이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은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옥의 목재 구조가 습기를 흡수하면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뒤틀릴 수 있어, 그는 항상 기상 예보에 민감하다. 그러나 김씨가 여전히 이 일을 놓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이 손본 한옥 지붕이 빗물을 흘려보내며 멀쩡히 제 역할을 할 때,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할 때, 김씨는 보람을 느낀다. “보수 작업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장인님 덕분에 우리 집이 새로 태어난 것 같아요.' 라고 말해줘요. 그때마다 가슴 깊이 뭉클한 뭔가가 올라오죠.”
한옥 기와 보수를 배우는 젊은 후배들과의 교감
최근 몇 년 사이, 김씨의 일터에는 젊은 견습생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옥과 전통 건축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그는 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이 김씨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활력이 된다. 작업 중 힘든 일이 있어도 후배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웃고, 땀 흘리며 다시 한 번 기운을 얻는다. 김씨는 말한다. “이제는 혼자 하는 것보다 후배들과 함께 할 때 더 힘이 나요. 나도 처음에는 실수가 많았고, 선배님들께 많이 혼나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배우는 거예요. 후배들이 내 옆에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큰 기쁨이에요.”
보수공 김씨가 꿈꾸는 도시의 미래
김씨는 한옥 보수 일을 하면서 꿈꾸는 도시의 미래가 있다. 그것은 한옥이 단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는 현대적이고 편리한 건물들 사이에서도, 한옥이 사람들의 기억과 삶의 온기를 품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길 바란다. 그는 가끔 보수 작업이 끝난 뒤, 한옥이 잘 유지되고 관리되는지 몰래 살펴보러 오곤 한다. 사람들이 마당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는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들의 삶을 연결해주는 일이에요. 앞으로도 한옥 지붕 위에서 도시의 기억과 이야기를 잇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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