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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외 직업군 인터뷰 기록

아파트 지하 물탱크 청소 노동자 박씨의 하루 : 보이지 않는 곳의 깨끗함을 책임지는 사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하게 깨끗한 물이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물은 아파트 지하의 보이지 않는 물탱크에서 저장된 뒤 펌프로 올라오는 물이다. 이 물탱크는 정기적으로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면 녹이나 오염 물질이 쌓일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박종민(가명) 씨다. 47세의 박씨는 15년째 서울의 여러 아파트 단지 지하 물탱크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만큼 더 철저히 관리해야죠.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된 일이니까요.”

 

보이지 않는 곳의 아파트 지하 물탱크 청소

어둡고 습한 공간, 보이지 않는 노동의 시작

박씨의 하루는 이른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작업복, 안전장갑, 장화와 특수 고무 옷을 챙기고 청소 장비를 점검한다. 물탱크 내부는 어둡고 축축한 환경으로, 작업 전에 산소 농도를 확인하고 환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박씨는 말한다. "공간이 밀폐돼 있어서 산소 부족이나 질식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항상 긴장하며 주의해야 하죠." 그는 헤드 랜턴과 산소측정기를 손에 들고, 동료 한 명과 함께 지하로 내려간다. 해치 뚜껑을 열고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노동이 시작된다.

 

물탱크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작업

물탱크 내부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깊다. 박씨는 내부로 들어가 우선 고압 세척기로 물탱크 벽면과 바닥을 꼼꼼하게 청소한다. 때로는 오랫동안 쌓인 녹이나 침전물을 직접 긁어내야 할 때도 있다. 강한 물줄기를 쏘아 내부를 청소할 때는 작은 녹 부스러기나 오염물이 사방으로 튀기 때문에 작업자에게는 힘든 시간이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도 작은 틈이나 구석에 이물질이 남지 않도록 세심히 살핀다. 그는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공간이 깨끗해야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물이 안전해지거든요. 아주 작은 이물질 하나도 허용할 수 없어요."

 

감춰진 공간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보람

작업을 마치고 올라온 박씨는 온몸이 땀과 물로 젖어 있다. 작업복을 벗고 나오면 시원한 바깥 공기가 반갑다. 그러나 그는 피곤함보다는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청소한 물탱크에서 맑고 깨끗한 물이 위층 아파트의 수많은 가정으로 공급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가끔은 주민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하거나, "항상 고맙습니다"라고 작은 음료수를 건네줄 때가 있다. 박씨는 그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제 일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누군가 제 노력을 알아주면 그게 큰 위로가 돼요.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죠."

 

보이지 않는 일도 세상에는 꼭 필요한 일

박씨는 말한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지하 물탱크 청소도 그런 일이죠." 가끔 지인들은 왜 힘들고 보이지 않는 이 일을 계속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사람들이 건강하게 물을 마실 수 있어요. 나는 그 누군가 중 한 사람이고 싶어요." 박씨는 매일 아침 습한 지하로 내려가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청소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하루를 바치고 있다.

 

작업 중 마주치는 어려움과 안전의 중요성

박씨가 이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보다 안전이다. 밀폐된 물탱크 안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엔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늦게 발견해서 크게 위험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날 이후 박씨는 안전 점검 절차를 더욱 철저히 지킨다. 산소 농도 체크는 물론이고, 물탱크 내부로 들어갈 땐 반드시 두 명 이상이 함께 작업하며, 외부에 감시자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도 절대 어기지 않는다. 박씨는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사고가 나면 발견이 늦어지기 쉽죠. 그래서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요."

 

사람들의 오해와 그 속에서 얻는 교훈

박씨가 일하며 마주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때때로 사람들의 오해 섞인 시선이다. 지하에서 올라오다 보면 옷과 장화에 묻은 물 때문에 주민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일부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올 때마다 박씨는 처음에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처음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몰라주는 게 많이 속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해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거니까요." 최근 들어선 주민들에게 작업 전후 사진을 찍어 보고하거나 관리실에 작업 상황을 미리 공지해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예전보다 주민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이해하고 감사의 표현을 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박씨는 그런 변화가 기쁘다. "작은 노력이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구나 생각하면 뿌듯해요."

 

박씨가 꿈꾸는 미래, 자부심을 갖고 계속 나아가는 길

박씨는 이제 50대를 바라보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도 느껴지지만 그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 박씨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일이지만,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내가 깨끗하게 관리한 물이 수많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잘하자." 박씨는 언젠가 사람들이 물탱크 청소 업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후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하며 작업 과정에서의 안전성과 꼼꼼함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오래 이 일을 해왔으니 앞으로 후배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이 당장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걸 믿습니다." 박씨는 오늘도 자신이 맡은 보이지 않는 책임을 묵묵히 지키며 깨끗한 물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