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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외 직업군 인터뷰 기록

소각장 제어실 감독관 강씨의 하루: 보이지 않는 화염을 통제하는 사람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 잊는다.
배출 날짜에 맞춰 내놓고, 수거차가 가져가면
그 이후의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쓰레기의 끝은 공장에서, 불 속에서,
고온의 화염 속에서 수천 도로 연소되며 사라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다.
강대원(가명) 씨, 45세.
경기도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소각장 제어실 근무자
24시간 가동되는 소각 설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온도, 압력, 산소 농도, 연기 흐름까지 조절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는 불을 직접 만지진 않지만,
불이 언제 꺼지고, 언제 폭주할지
모든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일이에요.”

강씨는 매일 ‘사라지는 것들’을 통제하며,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의 마지막을 지킨다.
오늘은 불과 숫자 사이에서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화염을 통제하는 소각장 제어실 감독관

오전 6시 교대, 불은 이미 1,100도에서 타오르고 있다

강씨의 하루는 교대근무로 시작된다.
제어실에는 총 3명이 한 조를 이뤄,
8시간씩 번갈아가며 소각로의 상태를 관리한다.

“6시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보는 건
연소실 온도예요.
대개 1,100도 정도로 유지돼야 완전연소가 돼요.”

화면에는 실시간 온도, 산소 농도, 굴뚝 배출 수치,
다이옥신 위험지표, 습도, 압력 등이 수치화돼 있다.
작업자는 수치를 보고, 수치를 믿고,
수치의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불이 너무 뜨거우면 장비가 망가지고,
너무 식으면 다 타지 않아요.
숫자 하나에도 민감해야 해요.”

강씨는 매일 오전, 전날 야간조의 ‘이상 수치’ 로그를 검토하고,
쓰레기 투입량과 타이밍을 조절하는 스케줄을 다시 입력한다.

“하루 평균 120톤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그 무게와 종류에 따라 온도 변화도 달라져요.
타는 것과 태우는 건 전혀 다른 얘기예요.”

감각은 숫자를 넘어서야 한다

강씨는 제어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일하지만,
오감은 여전히 ‘현장’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숫자가 정상이더라도
굴뚝 연기 색깔이 달라지면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는 일정 시간마다 직접 외부로 나가
소각장 굴뚝의 연기 색, 냄새, 기계 진동을 점검한다.
‘기계만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예전엔 연기 색으로
PVC, 음식물, 비닐, 고무까지 구분했어요.
이젠 자동 분류되지만,
사람 감각이 더 빠를 때도 있어요.”

특히 여름철엔
음식물과 플라스틱이 섞여 급격히 온도가 치솟거나,
냄새가 과도하게 발생하기 쉽다.
그럴 때는 연소 속도를 조절하거나 냉각 수치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숫자보다 먼저 반응하는 게 진짜 기술자예요.”

강씨가 태우는 건 쓰레기가 아니라 도시의 책임이다

하루 수십 톤의 쓰레기가 사라지지만,
강씨는 그걸 ‘태운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없애는 게 아니라, 도시에 쌓이는 것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그가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기계가 멈췄을 때가 아니라,
시민이 투입한 쓰레기가 예외적일 때다.

“가끔 폭죽, 스프레이, 부탄캔 같은 게 섞여 들어와요.
그럼 터져요. 굉장히 위험하죠.”

그래서 그는 매일 ‘불완전 연소 위험물 리스트’를 다시 확인하고,
소각 전 CCTV로 투입물 종류를 분석한다.
“우리는 눈에 안 보이지만,
그 불 하나하나가 도시에 영향 준다고 생각해요.”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불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에요.
이 일이 기술이 아니라 책임인 이유죠.”

소각장 제어실 감독관 강씨는
도시의 맨 마지막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다.

소각장 안에는 시계가 없다

강씨는 말한다. “여기선 시간을 느끼기 힘들어요.
해가 떠도 창문이 없고, 비가 와도 모르니까요.”

제어실은 외부와 단절된 채,
모니터 수십 대와 알람음, 수치 변화로 하루가 흘러간다.
처음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지만,
이젠 수치를 따라 하루가 지나간다는 걸 체감한다고 한다.

“연소 온도가 조금만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굴뚝 압력이 높아지면 화면이 붉게 바뀌어요.
우리 시계는 불과 계기판이에요.”

그는 수치를 예민하게 바라보는 삶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냄새나 연기에 민감해졌고,
“에어컨 필터 청소 시기까지 눈으로 먼저 느낀다”고 웃으며 말한다.

“소각장이 내 습관도, 감각도 바꿔버렸죠.
그만큼 여긴 사람을 기계와 닮게 만드는 곳이에요.”

도시에선 쓰레기를 외면하지만, 강씨는 마주한다

많은 시민들은 쓰레기를 더럽다고 여기고,
버린 뒤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강씨에게 쓰레기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라
도시가 남긴 하루의 기록이다.

“버린 음식, 비닐, 서류, 폐가전, 헌 옷까지…
그 속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어요.
어느 날은 버려진 졸업 앨범이 한 더미 들어왔더라고요.”

그는 그 장면에서 묘한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추억도 타고, 기록도 타고…
여기는 진짜로 끝나는 장소예요.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모이는 곳이죠.”

그래서 그는 ‘불을 다루는 사람’이기 이전에
‘남겨진 것들과 작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강씨가 통제하는 건 불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일상이다

소각장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도시에 소각장이 없다면,
단 하루 만에 쓰레기 더미는 넘쳐날 것이다.
강씨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누군가 매일 태우고,
매일 감시하고,
매일 숫자를 지켜봐야
그 도시가 다음 날도 돌아가요.”

강씨에게 이 일은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의 위생과 환경을 관리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내가 이 숫자 하나 놓치면,
도시엔 연기가 퍼질 수 있어요.
그러니 아무도 날 모르더라도
나는 내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해요.”

소각장 제어실 안에서 강씨가 지키는 건
불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