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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노면청소차 기사 인터뷰: 새벽 2시의 거리는 이렇게 청소된다 사람 없는 도시, 그곳을 누비는 또 하나의 운전자도심의 밤은 대체로 조용하고 텅 빈 듯하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도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더러워진 도로는 항상 다음날이면 깨끗해져있다.특히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누군가는 빗자루 대신 4.5톤짜리 청소차를 운전하며 도시의 거리를 닦는다.‘도로 노면청소차’는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 깨끗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며 먼지, 낙엽, 쓰레기 등을 쓸어낸다.김성우(가명) 씨는 서울 강서구청과 계약된 노면청소차 기사로 일한 지 12년째 되는 베테랑이다.그는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서울 강서구 주요 도로와 골목을 순회하며 거리를 청소한다.그는 말한다.“도로는 낮에 보면 깨끗하잖아요.그게 그냥 깨끗한 게 아니라, 밤에 우리가 닦고 간 자국이..
장례식장 도우미로 살아온 15년: 울음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이별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삶의 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그리고 그 끝을 맞이하는 공간, 바로 장례식장에는 언제나 조용한 울음과 바쁜 발걸음이 공존한다.사람들은 장례식장을 슬픔과 이별의 공간으로 기억하지만, 그곳을 ‘일터’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김연숙(가명) 씨는 올해 57세.서울 시내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도우미로 일한 지 15년째 되는 해다.수많은 상을 치렀고, 매일 다른 이들의 이별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다.그녀는 말한다.“이 일은 감정을 품으면 못 해요. 그렇다고 감정이 없으면 또 못 하죠.”장례식장 도우미는 상주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니며, 손님도 아니다.그저 이별의 풍경 속에서 울고 있는 이들을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그림자 같은 사람’이다.오늘은 김 씨의 하루를 통해 ..
새벽 도축장에서 일하는 청년의 고백: 아무도 모르는 고기의 뒷면 우리가 먹는 고기, 그 시작점의 이름은 '도축장' 마트에서 진열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보면 사람들은 맛있는 요리 생각부터 떠올린다.삼겹살, 갈비찜, 불고기, 돈까스 같은 단어들이 빠르게 입 안에 맴돈다.하지만 이 고기들이 어디서, 어떻게 우리 식탁까지 오는지, 그 과정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다.이 글은 한 청년 도축 노동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기록이다.이 청년은 20대 후반, 경기도에 위치한 중형 도축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피와 내장, 소리와 냄새가 뒤섞인 현장으로 출근한다.그는 말한다.“사람들은 고기는 좋아하지만, 그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아요.”그의 말엔 원망이 담겨 있는 것도, 자랑이 담긴 것도 아니다.그저, 우리..
고층 빌딩 유리창 청소부의 하루: 40층에서 본 세상 도심 한복판에 솟은 고층 빌딩은 현대 도시의 상징이다.유리로 마감된 외벽은 늘 반짝이고, 사람들은 그 투명한 표면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본다.하지만 그 유리가 하루하루 유지되기 위해선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하다.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한 고공 노동 말이다.김도현(가명) 씨는 38세, 서울 강남의 초고층 빌딩 외벽 유리창 청소를 8년째 하고 있다.매일 새벽, 그는 40층 높이에서 로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창문을 닦는다.누군가의 시야를 맑게 하기 위해, 그는 자신은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그는 말한다.“창문 밖에서 닦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그래도 저는 저 아래 어딘가에서 제가 닦은 유리를 보고 있겠죠.”오늘은 고공 작업자 김씨의 하루를 따라가며,사람들이 창밖으로 보는 세상 뒤편에..
맨홀 청소원으로 10년, 악취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하수와 빗물이 지나가는 그 어두운 통로는 매일 수많은 사람의 삶의 흔적을 품고 아래로 흘러간다.그런데 그곳에는 매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버린 것들을 직접 손으로 걷어내는 이들이 존재한다.김형수(가명) 씨는 서울 시내에서 맨홀 청소원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이다.누군가 꺼려하는 일을 매일같이 해내는 그는, 자신이 맡은 구역의 하수관, 배수구, 맨홀 내부를 직접 들어가 청소한다.그는 말한다.“냄새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나를 더러운 사람 취급하는 시선이었어요.”오늘 우리는 맨홀 아래의 노동자, 그 중에서도 김 씨의 하루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한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맨홀 속 세상, 그곳은 또 다른 거리다김씨의 하루는 보통 아침 6시에 시작된다.서울 ..
석면 제거 작업자 김씨의 하루: 폐를 지키기 위한 목숨 건 노동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다니는 학교, 방문하는 병원조차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석면 제거 작업자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직업군이다. 김씨는 올해로 11년 차 석면 제거 작업자다. 그는 매일 전신 방호복을 입고, 폐쇄된 철거 건물 안에서 석면 가루를 마주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철거가 아니다. 석면은 사람의 폐를 천천히 파괴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그렇기에 이 일은 단순한 '철거 노동'이 아닌, 사람의 호흡을 지켜내는 고위험 보건노동에 가깝다.김씨는 말한다. "이 일이 힘든 건 몸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일이 '위험한 줄도 모른다는 거'예요." 오늘은 석면 제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