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도서관 개관 전 청소원 이씨의 하루: 책이 숨 쉬는 공간을 먼저 맞이하는 사람
독서가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도서관은 도시의 가장 조용한 공간이다.사람들은 거기서 책을 펼치고, 필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삶의 방향을 정한다.하지만 그 고요한 공간이 아침을 맞이하기 전,먼저 움직이는 손이 있다.먼지를 닦고, 창을 열고, 화장실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돈하는 사람.이인순(가명) 씨, 64세.서울 북부의 한 시립 도서관에서 개관 전 청소 업무를 6년째 맡고 있는 환경미화원이다.그녀는 매일 아침 5시 30분 도서관에 도착해열람실, 화장실, 자료실, 복도, 계단, 사무실, 어린이 자료관까지1시간 30분 동안 도서관의 모든 구역을 순회하며 정리한다.“책은 조용하지만 먼지를 참 잘 먹어요.누가 안 썼다고 깨끗한 게 아니에요.그래서 매일, 꼭 손으로 닦아야 해요.”오늘은 이씨의 ..
지하 공동구 순찰원 강씨의 하루: 도시 아래를 걷는 사람
도시는 지상에서 보이지만, 지하에서 유지된다우리는 도로를 걷고, 전기를 쓰고, 수도를 틀고, 인터넷을 연결하며 살아간다.하지만 그 모든 편의는 지상 아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전력선, 통신망, 수도관, 열배관 등이 모두 한데 모인‘지하 공동구’라는 복합 관로 시스템이 존재한다.그 어둡고 긴 공간을 매일 걷는 이들이 있다.그들은 전기 사고를 막고, 침수와 화재를 예방하며,도시 전체의 기능이 끊기지 않도록 ‘도시의 혈관’을 순찰한다.강문석(가명) 씨, 52세.서울시 산하 지하 공동구 안전관리 전문회사에서지하 공동구 순찰과 점검 업무를 14년째 맡고 있는 순찰원이다.“도시는 지상에서 빛나지만,그 빛을 유지하는 건 지하에 있는 우리가 해요.내 일은 보이지 않게 도시를 지키는..
재활용 분리수거장 관리자 최씨의 하루: 쓰레기 너머 자원을 분류하는 사람
분리수거장은 쓰레기의 끝이 아니라, 자원의 시작이다밤이면 아파트 단지 뒤편에 종종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누군가는 쓰레기봉투를 몰래 버리고,누군가는 라면 용기를 손에 든 채 헷갈린 눈빛으로 분리함 앞에 서 있다.그리고 누군가, 그 옆에서 매일같이 정리를 반복하며 쓰레기 더미를 자원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우리는 분리수거함에 재활용품을 넣는 순간‘내 일은 끝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때부터 누군가의 일이 시작된다.최영자(가명) 씨, 63세.경기도 남양주 소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재활용 분리수거장 관리자로 5년째 근무 중이다.그녀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이, 플라스틱, 캔, 비닐, 폐의약품, 스티로폼, 우유팩을 정리하고,오투투(오투통) 오염물 분리, 혼합 폐기물 조정, 불법투기 신고 접수, 민..
시내버스 차고지 정비원 장씨의 하루: 새벽을 준비하는 바퀴 아래의 사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나타나는 300대의 바퀴도심의 하루는 버스로 시작된다.학생을 태우고, 직장인을 실어나르고, 노인을 싣고 병원으로 향한다.매일 아침 5시, 정류장엔 어김없이 시내버스가 도착하고,사람들은 그 안에서 하루를 준비한다.하지만 정작 그 버스를 준비하는 사람은 그 전날 밤부터 일하고 있었다.바로 차고지 정비원들이다.장성민(가명) 씨는 서울 서부 버스 차고지에서시내버스 차량 정비, 타이어 점검, 오일 교환, 브레이크 상태 확인, 외관 검사를 담당하는정비사로 근무한 지 14년 차다.그는 매일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수백 대의 버스를 점검하며 다음 날의 운행을 준비한다.“사람들이 첫차를 기다릴 때,난 그 차의 바퀴를 조이고 있었던 사람이죠.”오늘은 장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도시의 바퀴가..
고속도로 졸음쉼터 청소원 김씨의 하루: 차창 너머 잠시 멈춘 그곳을 지키는 사람
모두가 떠나는 곳에서, 하루를 머무는 사람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주치는 작고 조용한 공간.주유소도 없고, 식당도 없지만그곳엔 벤치 하나와 공중화장실, 쓰레기통, 그리고 몇 그루의 나무가 있다.바로 졸음쉼터다.누군가에겐 몇 분간의 휴식처,누군가에겐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숨구멍.하지만 이곳에서 매일 1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청소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김성자(가명) 씨, 66세.경부고속도로 중부 구간의 한 졸음쉼터에서화장실 및 주변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낙서 제거, 야간 조명 점검, 간단한 안전 이상 신고까지 담당하는청소원으로 6년째 근무 중이다.“사람들은 다 지나가요.근데 나는 여기서 하루를 보내요.그 차창 넘어 다녀가는 사람들을 보면서요.”오늘은 김씨의 하..
수문 관리원 이씨의 하루: 강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
강물은 흐르지만, 그 흐름은 누군가에 의해 지켜진다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그 위엔 다리가 놓이고, 그 아래엔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하지만 비가 내리면 강은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다.물이 넘치고, 길이 잠기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한다.그 강물의 흐름을 매일 조절하며홍수와 가뭄 사이에서 도시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바로 수문 관리원이다.이정학(가명) 씨는 경기도 남부 한 국가하천의 자동 수문 통제소에서 근무 중인 58세의 관리원이다.그는 매일 수위, 유속, 강우량, 기상 데이터를 확인하고,필요할 땐 수문을 개방해 홍수를 예방하거나 농업용수 공급을 조절한다.“강물은 흐르는 게 당연하지만,그 흐름이 제멋대로면 도시도 사람도 위험해져요.내 일은 흐름을 ‘안정되게 만드는 일’이에요.”오늘은 이씨의 하루를 따라가며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