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소외 직업군 인터뷰 기록

(54)
소각장 제어실 감독관 강씨의 하루: 보이지 않는 화염을 통제하는 사람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 잊는다.배출 날짜에 맞춰 내놓고, 수거차가 가져가면그 이후의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쓰레기의 끝은 공장에서, 불 속에서,고온의 화염 속에서 수천 도로 연소되며 사라진다.그리고 그 과정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다.강대원(가명) 씨, 45세.경기도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소각장 제어실 근무자로24시간 가동되는 소각 설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온도, 압력, 산소 농도, 연기 흐름까지 조절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우리는 불을 직접 만지진 않지만,불이 언제 꺼지고, 언제 폭주할지모든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일이에요.”강씨는 매일 ‘사라지는 것들’을 통제하며,사람들이 잊은 쓰레기의 마지막을 지킨다.오늘은 불과 숫자 사이에서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오전 6시..
전기 계량기 교체 기사 박씨의 하루: 보이지 않는 전기를 기록하는 사람 우리는 매달 전기요금을 낸다.고지서에 찍힌 숫자를 보고 “이번 달은 많이 썼네”라고 생각하며전기 사용량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그러나 그 숫자가 어떻게 계산되는지,그 장치가 언제 어떻게 바뀌고 관리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박종길(가명) 씨, 57세.서울 외곽 한전 협력 업체 소속으로주거지와 상가의 전기 계량기 교체 및 유지 점검 업무를 11년째 수행 중이다.그는 매일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노후된 계량기를 철거하고, 새 계량기를 설치하고,이상 전력 흐름이나 오차 수치를 직접 확인한다.“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계량기는 눈으로 보여요.그 숫자가 잘못되면 요금이 틀어지고,그 틀어진 걸 책임지는 게 제 일이에요.”오늘은 박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도시 전기 흐름의 뒤편을 조용히 관리하는 손의 기록을 따라가본다. 오..
농약 살포 드론 조종사 이씨의 하루: 하늘 위에서 논밭을 관리하는 사람 과거에는 농약을 뿌리는 일이 가장 힘든 노동 중 하나였다.무거운 분무기통을 짊어지고, 긴 고무 호스를 들고논두렁을 걸어 다니며,사람이 직접 흙탕물과 뙤약볕 속에서 방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요즘, 그 일은 하늘 위에서 이루어진다.이정환(가명) 씨, 42세.충청남도 보령 일대에서 농약 살포 전문 드론 조종사로 4년째 활동 중이다.그는 벼, 고추, 콩, 감자밭 위로 드론을 띄우며하루에 수십만 평의 땅 위에 정밀하게 농약을 분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드론이 대신해준다고 쉽게 보지만,그걸 조종하고 관리하는 일은 훨씬 더 예민하고 복잡해요.하늘에서 약을 뿌린다는 건,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에요.”오늘은 이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농촌의 새로운 노동, 하늘 위의 방제를 책임지는 손을 기록해본다. 아침 5시, 햇빛보..
수도계량기 검침원 송씨의 하루: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를 읽는 사람 도시의 물은 늘 당연하게 흐른다.수돗물은 끊임없이 나오고, 세면대도, 세탁기도, 샤워기마저별다른 인식 없이 편하게 사용된다.그러나 그 편리함 뒤엔, 한 달에 한 번사람이 직접 걸어서, 각 가정의 수도계량기를 들여다보고,그 숫자를 손으로 적어내는 직업이 존재한다.송은자(가명) 씨, 62세.서울 강서구 일대의 주택, 빌라, 상가 밀집 지역에서수도계량기 검침원으로 13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이다.그녀는 매달 1일부터 15일까지약 1,200세대를 직접 방문하며건물 뒷골목, 주차장, 지하실, 옥상 수도함 속에 있는 계량기의 숫자를 읽는다.“요금은 자동으로 나와도,그 기초가 되는 숫자는 자동이 아니에요.그걸 내가 두 발로 가서 봐야 해요.”오늘은 송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도시의 물줄기를 수치로 기록하는 사람의 조용한 발..
자동판매기 보수원 정씨의 하루: 도시의 구석에서 고장 난 갈증을 고치는 사람 사람들은 자판기 앞에서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누른다.천 원을 넣고, 원하는 음료를 고르고, 버튼을 누르면“쿵” 소리와 함께 캔이 떨어지고 갈증이 사라진다.하지만 그 익숙한 일상의 순간은기계가 늘 제대로 작동한다는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정해수(가명) 씨, 54세.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동판매기 설치·보수·보충 업무를 맡은 지 12년째.그는 하루 평균 10~15곳의 자판기를 돌며,고장 수리, 고지서 출력, 재고 확인, 잔돈 보충, 내부 청소까지 전담한다.“사람들은 자판기가 멈추면 불만을 말하지만,그걸 고치는 사람에 대해선 잘 몰라요.우리는 도시 속 작은 불편을 막는 사람이에요.”오늘은 정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도시의 무심한 기계 사이를 누비는 손의 기록을 담아본다.오전 7시 30분, ‘잔돈 없음’ 알람이 울리..
농촌 우체국 집배원 박씨의 하루: 편지가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사람들은 이제 손편지를 쓰지 않는다.청구서도, 공문도, 등기우편도 점점 줄고 있다.하지만 도시에서 멀어진 곳일수록, 우편은 여전히 삶의 일부다.편지는 물건이 아니라 소식을 담은 손의 흔적,그리고 도착했다는 안정감의 상징이 된다.박성우(가명) 씨, 52세.강원도 ○○군의 농촌 우체국에서 17년째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다.그는 매일 비포장도로, 좁은 산길, 외딴 집들을 따라편지와 소포, 보험 서류, 소액 연금 수령 알림장을 손에 들고 이동한다.“우편물이 줄었다고 하죠.하지만 그게 아직도 유일한 연결 수단인 곳이 있어요.나는 그 끈을 붙잡고 다니는 사람이에요.”오늘은 박씨의 하루를 따라가며편지가 멈추지 않는 삶의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오전 7시 40분, 봉투보다 먼저 확인하는 건 날씨다박..
야간 도로 청소차 운전원 이씨의 하루: 도시가 잠든 사이 길을 닦는 사람 도시는 낮보다 밤이 더 길다.불빛은 꺼지지 않지만,차량은 줄고 사람의 발자국은 사라진다.그 텅 빈 도로 위를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차량이 있다.바로 도로 청소차다.이청만(가명) 씨, 59세.서울 시내 야간 도로 청소차를 운전한 지 12년째.그는 사람 없는 길 위에서,사람이 다녀간 흔적을 닦아내고 사라지는 일을 매일 반복한다.“낮에는 차가 많아서 청소가 어려워요.그래서 우린 밤에 일해요.사람들이 출근할 때 깨끗한 도로를 밟을 수 있도록.”오늘은 이씨의 하루를 따라가며밤의 도시를 닦는 사람의 손끝과 차바퀴 소리를 기록해본다.오후 10시, 정비를 마치고 출발하는 첫 바퀴이씨는 밤 10시에 차량 출고장을 출발한다.도로청소차는 일반 차량과 다르다.흡입 브러시, 물 분사 노즐, 분진 필터, 회전 솔 장..
철거 현장 안전감시원 장씨의 하루: 무너지는 공간 속 질서를 지키는 사람 건물이 무너질 땐, 소리가 땅을 울리고 먼지가 하늘을 덮는다.무너진 콘크리트 조각과 금속 철근이 바닥에 떨어질 때그 모든 장면 속에 ‘파괴’만 있는 건 아니다.그 현장에는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지”, “누가 얼만큼 가까이 있어도 되는지”를끝까지 확인하고 통제하는 사람의 눈이 있다.장세윤(가명) 씨, 56세.서울 도심 곳곳의 철거 현장에서 안전감시원으로 9년째 일하는 베테랑이다.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중장비 앞을 오가며“이대로 괜찮은지”를 끊임없이 묻는 사람이다.“철거는 멈출 수 없어요.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하거든요.그래서 우리는 그 끝까지 ‘멈춰야 할 순간’을 보기 위해 있는 거예요.”오늘은 장씨의 하루를 따라가며철거라는 거친 풍경 속에서 질서를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본다.오전 6시 30분..